정신장애 관련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를 보고,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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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98년 7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시상, 제4회 미국 배우 조합상 영화부문 여우주연상, 영화부문 남우주연상 수상, 50회 미국 작가 조합상 각색상, 55회 골든글러브 시상식 작품상 뮤지컬 코미디 부분과 여우주연상 뮤지컬 코미디 남우주연상 뮤지컬 코미디 부문 1999년 19회 런던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연기자들의 능력이 크게 인정받고 있다. 주인공 멜빈 유달은 강박증 증세가 있는 로맨스 소설 작가이다. 이 영호를 보고 나서 줄거리를 정리하고 느낀 점과 정신장애 측면에서 접근해 보았다.
영화의 줄거리
영화 초반에 유달은 집안의 강아지를 유인하고 실내에서 소변을 보는 개를 잡아다가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가둔다. 강아지 주인이 개를 찾으면서 유달에게 묻지만 전혀 못 본 것처럼 대답하고,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사이코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유달의 모습과 언어는 항상 뒤틀려 있고 냉소적이며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고 신랄하고 비열한 독설로 퍼부어 상처를 주곤 한다. 강박증 역시 유별나서 길을 걸을 갈 때마다 도로나 인도의 보도블록 선을 밟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행인들과 접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이 모두를 신경 쓰다 보니 뒤뚱뒤뚱 걷게 된다. 본인이 자주 가는 식당이 따로 있고, 식당에서는 언제나 똑같은 테이블에 앉기를 원하며 기다릴 줄 모르고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으면 험한 이야기를 해서 그 자리에서 떠나게 한 다음 자기가 않고, 직접 휴대한 플라스틱 식사도구들을 가지런히 정렬한 후에 음식을 먹는다. 반면에 이 식당의 여 종업원 캐롤 코넬리만은 예외이다 언제나 인내심 있는 태도로 멜빈을 대하는 그녀는 그의 신경질적인 행동을 참고 식사 시중을 들 수 있는 종업원은 그녀 외에는 없다. 남편이 없는 그녀는 천식으로 괴로워하는 아들이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빠듯한 살림으로 인하여 변변한 치료도 못할 정도이며 할머니를 모시고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멜빈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은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게이 화가 사이먼이다. 사이먼은 멜빈이 자신의 생활방식을 싫어하며 기르고 있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 버델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이먼의 작품 중개인이자 연인인 프랭크는 멜빈이 사이먼에게 못되게 굴 때마다 물리적인 위협으로 멜빈을 겁주기도 하지만 모든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버렸다. 사이먼이 강도들로부터 두드려 맞아서 어쩔 수 없이 멜빈이 사이먼의 애견 버델을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멜빈의 얼음 같은 심장은 버벨을 통해 조금씩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그는 버벨을 잘 돌 볼 뿐만 아니라 사이먼과 캐롤의 개인적인 곤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느덧 자신 안의 인간미를 느끼게 된 멜빈은 버델의 주인인 사이먼과의 우정을 가꾸고 그릭 따뜻하게 마음을 열어준 캐롤과의 로맨스를 시도하는 하게 된다. 본래 사람은 맞지 않는 사람과 맞추어간다고 했다. 나와 모든 게 찰떡같이 맞아 들어가면 좋겠지만 생김새부터 손짓 하나까지 다른 것이 사람이라 그 부분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에서도 분명 유달은 괴팍하고 매너 없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아마도 모두가 싫어할 만한 요소를 전부 갖춘 사람이라고 해도 될 만큼 하지만 아무도 없을 것 같던 그의 주변은 다른 것도 아닌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따스함을 알게 되면서 유달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사랑에 힘은 위대하고 말하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유달의 시점에서 영화는 흘러간다. 그의 연기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능청스럽고 까탈스럽게 너무나 완벽한 연기였다. 시종일관 그의 유별나게 짜증스러운 행동을 보게 되지만 반대로 사이먼과 캐롤 셋이서 여행을 떠났을 때는 사이먼과 캐롤이 가깝게 지내고 본인의 로맨스가 잘 진행되지 않자 질투를 하는 모습은 귀엽기도 하다.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미가 묻어 난다. 또한 유달의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무언가 느끼는 바도 크다. 역시 인간관계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을 때 변화되기도 한다는 것을 배운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스스로 변화되기도 하고 변화시키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도 달라졌다면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거나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도 영화 같은 일은 빈번히 일어난다. 그만큼 어떠한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 달라지기도 하고 몰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알아보는 것도 어쩌면 운명과 선택이라는 의미에 다가간다. 코믹 장르라고 하기에는 주는 메시지가 많다. 가볍지 않지만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다. 마지막 새벽에 보도블록 선을 넘는 유달의 모습은 사랑의 힘이라 생각된다.
영화에 나오는 정신질환
진단명은 강박신경증이다.
DSM-5에 따른 진단기준
DSM-5는 곧 출간될 예정인 ICD-11과 조화를 이루도록 많은 부분이 개정, 진단에 있어 차원적 접근을 도입, DSM-IV에서는 진단방식이 맞지 않으면 제외하는 형식 즉, 배타적인 진단이었다. 즉, 아닌 걸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NOS(not otherwise specified, 달리 명시되지 않은)가 많았다. DSM-5에서는 질병의 유전적, 환경적으로 악화시키거나 유발하는 위험인자는 예후에도 상호작용을 가지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스펙트럼(spectrum)을 사용한다. 어린아이들은 어른과 진단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진단평가에서 문화적, 성별의 차이를 고려하며 NOS(not otherwise specified, 달리 분류되지 않는)를 임상의에게 결정 권한을 부여한다. DSM-IV의 다축체계와 GAF(Global Assessment of Functioning) 척도를 사용하지 않는다. 진단명 안에 고려되어야 할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였으므로 DSM-IV의 다축체계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GAF 척도(정신장애인 기능평가 척도) 또한 평가자의 주관적 견해라는 인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에 따른 정신장애 분류로 DSM-5는 정신장애를 20개 범주로 분류, 하위 범주로 300여 개 이상의 장애 포함하고 있다.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강박적인 생각을 상쇄시키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일련의 장애로 강박장애, 신체이형장애, 수집 장애, 발모광(털뽑기 장애), 피부뜯기 장애 등이 있다.
강박장애의 원인
과거에는 강박장애의 원인을 심리학적 요인에 근거하여 설명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최근에는 약물 연구 및 뇌 영상 연구의 결과들을 살펴보면 생물학적 요인이 강박 장애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예를 들면 뇌의 대표적인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시스템과의 연관성이다. 임상 약물 실험 상 세로토닌 시스템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강박장애 치료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고 있고, 다른 임상 연구 결과도 세로토닌 및 세로토닌 연관 물질과 강박장애 간의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많은 뇌 영상 연구가 강박장애에서 특정 신경회로 영역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효과적인 치료 후에 이러한 영역의 문제가 정상화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도 있다.
강박장애의 치료
강박장애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이다.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단독 치료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는 많은 임상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되었다. 현재 대표적인 약물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한 후에 4 ~ 6주가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며 10 ~ 12주 동안 약물치료를 받을 경우에는 약 75 ~ 80%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호전됨을 알 수 있다. 흔히 우울증에서 보다 높은 용량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의 사용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에 따라 약물 반응 및 부작용 발생에 차이가 있으며 효과가 나타나는 데 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불충분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따라서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약물 치료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지행동치료에는 생각을 과도하게 중요하게 여김, 위험에 대한 과대 추정, 완벽주의, 과도한 책임감 등 강박 장애 환자에서 나타나는 비합리적 신념과 인지적 오류를 보다 융통성 있고 현실적인 생각으로 변화시키는 인지치료와 함께 강박 증상을 유발하는 자극에 노출시키고 강박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여 불안과 강박 증상을 감소시키는 노출 및 반응 방지 기법으로 대표되는 행동 치료가 포함된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와 인지행동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벤조디아제핀, 부스피론, 리튬, 클로미프라민, 항정신병약물 등 다른 약물을 추가해 볼 수 있다. 충분한 기간 동안 적절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받았음에도 호전이 없는 치료저항성 강박장애의 경우에는 경두개자기자극술, 뇌심부자극술, 전기경련치료와 같은 신경조절술이나 정신외과적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보이는 증상, 어려움 등을 비교
본 영화 중간정도에서 주인공의 질병이 강박신경증으로 진단되었음을 알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보도블록의 틈을 밟지 않으려고 애쓰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닿지 않으려고 애쓰며 이상하게 걷는 모습이 어색하다. 동일한 음식점, 동일한 테이블에 앉으려 노력하고, 식사 전에 휴대한 식사를 정렬하고, 본인 도구들로 식사를 한다.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옷을 입는 것을 거부하고 양복점으로 달려가며, 양복점에서 양복 상의와 넥타이를 살 때도 문 밖에 서서 주문을 하는 모습은 답답하기까지 하다. 주인공은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있지만 실제 밖으로 표출되는 언어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고 신랄하고 비열한 독설로 다른 사람들을 비꼰다. 멜빈 유달과 그를 치료하는 의사와의 대화에서 처음에는 인지행동치료를 하고 있었으나, 캐롤을 만나 이후에 약물치료를 받고 싶어 졌다는 고백을 하는 장면이 있다. 유달은 캐롤에게 더 좋은 남자가 되게 만들어 주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전에 알던 것과 새로운 사실, 느낀 점,
영화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강아지를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자신만을 아는 행동을 보이고 있어 걱정을 많이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미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강아지를 쓰레기통에 집어넣던 모습은 온 데 간데없고 강아지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식당에서 베이컨과 같은 음씩을 봉지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랑스러운 모습은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게이 화가 사이먼의 강아지를 돌봐주고, 어려운 형편에 처하자 그를 위로하며 음식을 해서 가져가기도 하고 부모님께 직접 데려가는 모습은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주인공과 사이먼의 대화 속에서 ‘한잠도 못 잤다’, ‘머리가 혼탁하고 자기 정신이 아니다’, ‘트러블이 생기지만 피곤해서가 아니다’, ‘아프고 멀미가 나고 졸린다’, ‘전부 이상하게 보이고 복통이 나고 불평할 기력이 없다’라고 서로에게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기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여는 장면도 나온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진다고 한다. 주인공은 캐럴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그토록 의사가 약물치료를 권유했지만 거부하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의사를 찾아가 스스로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약물치료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길을 걸을 때 보도블록의 선을 넘지 못하던 주인공이 새벽에 캐롤의 집에 찾아가서 함께 거리를 걸으면서 보도블록 선을 넘을지 말지를 고민하지만 결국 스스로 돌아가던 그 길을 지나쳐 선을 넘는 모습에서 사랑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다.
DSM-5에 따른 진단을 알게 되었으며 이러한 진단을 받았더라도 누구를 만나느냐? 치료방법에 따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